🕰️ 치트글로게 (Zytglogge)

스위스 베른의 상징인 이 중세 시계탑은 정교한 천문 시계와 매 정각 펼쳐지는 인형극을 보기 위해 많은 역사 애호가 및 일반 관광객들이 주로 찾는다. 특히 다채로운 캐릭터들의 움직임은 아이를 동반한 가족 단위 방문객들에게도 흥미로운 볼거리를 제공한다.

방문객들은 시계탑 외부에서 펼쳐지는 시간의 연극을 무료로 감상할 수 있으며, 유료 가이드 투어를 통해 800년 역사의 시계탑 내부와 복잡한 기계 장치의 작동 원리를 직접 확인할 수 있다. 또한, 탑 정상에서는 베른 구시가지의 아름다운 전경을 조망하는 것도 가능하다.

일부 방문객들은 정각에 펼쳐지는 인형극의 규모나 정교함이 기대에 미치지 못해 다소 아쉽다는 평가를 하기도 하며, 쇼가 진행되는 동안 주변이 매우 혼잡할 수 있다.

베른 독일어로 '치트(Zyt)'는 '시간(Time)'을, '글로게(Glogge)'는 '종(Bell)'을 의미하여, 치트글로게는 말 그대로 **'시간의 종'**이라는 뜻이다. 이는 초기 공공 시간 기록 장치 중 하나였음을 시사한다.

과거 감옥으로 사용될 당시, 성직자와의 관계로 유죄 판결을 받은 여성들, 소위 '사제의 창녀들(Pfaffendirnen)'을 주로 수감했던 장소로 알려져 있다.

시계탑 꼭대기에서 매시간 종을 치는 망치를 든 금빛 인형은 시간의 신 '크로노스(Chronos)'를 형상화한 것으로, 베른 시민들은 전통적으로 **'한스 폰 탄(Hans von Thann)'**이라는 애칭으로 부른다.

천문 시계 위쪽의 장식띠(프리즈)에는 토성(토요일), 목성(목요일), 화성(화요일), 금성(금요일), 수성(수요일)을 상징하는 고대 신들의 모습이 프톨레마이오스 우주론에 따른 순서대로 그려져 있다.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이 베른의 특허청에서 근무하며 상대성 이론을 구상하던 시절(1903-1905), 이 치트글로게 시계탑의 규칙적인 종소리와 움직임을 보며 시간의 상대성에 대한 영감을 얻었을 것이라는 이야기가 널리 회자된다.

1405년 대화재 이후 재건 과정에서 주조된 대형 시종(hour bell)은 아라우 출신의 요한 레버(Johann Reber)가 제작한 것으로, 종에는 라틴어로 '나는 1405년 10월, 아라우의 요한 레버 거장에 의해 주조되었다. 나는 그릇이자 밀랍이며, 모든 이에게 낮의 시간을 알린다.'라는 명문이 새겨져 있다.